우리아이 영어 책읽기 어떻게 도울까?
영어격차 해소 방안 중 가장 저렴하면서도 강력한 학습법으로 지금 전 세계는 다독(extensive reading)을 주목하고 있다. 영어교육 분야의 세계적인 학자인 S. Krashen은 미국 빈민가 어린이들을 위해 기금을 조성하여 책을 구입하여 전달하고 있다. 단순히 책을 보낸다고 하여 다독(多讀), 즉 즐거움을 가지며 다양한 분야의 책을 포괄적으로 빠르게 읽는 것이 저절로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우리나라도 최근 학생들의 접근성이 높은 도서실을 만들기 위해 학교 건물의 외진 곳에서 외면당했던 어둡고 컴컴했던 도서실에서 학교건물의 중앙에 밝고 친근한 분위기의 도서실을 만들어 우리 학생들의 방문을 좀 더 적극적이고 따뜻한 손길로 기다리고 있다. 우리 글로 된 책을 읽는 첨단 시설의 쾌적한 현대식 도서실이 학교마다 생겨난 것은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여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영어 책읽기를 위한 방안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영어분야에서도, 영어도서관까지는 되지 않더라도 다행히 영어전용교실이나 영어체험교실이 생겨 한켠에 영어도서를 소장하며 영어책읽기를 지도할 수 있는 영어 책읽기 조성 환경이 시작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설령 최첨단 영어 책읽기 시설이 있다 하더라도,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인 영어 책읽기 지도 노하우가 없다면 이는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할 것이다. 다음은 영어 책읽기 지도를 위한 몇 가지 팁이다.

첫째로, 책읽기에는 정독과 다독이 있다. 교과서 영어지문 공부와 같은 정독(精讀)과, 쉽게 즐겁고 빠르게 읽는 다독에 대한 구분이 필요한데, 교과서나 문제집의 영어지문 읽기 이외의 쉽고 재미있게 영어책 읽기를 가능하게 해 주는 다독 습관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영어책을 잘 읽는 아이가 되게 하고 싶다면, 지금 내 아이의 영어실력보다 한 단계 아래인 책을 선택하라. 그럴 경우에 우리 아이들은 번역이 아닌, 내용에 대한 이해로 영어책 읽기의 즐거움과 성취감을 느끼게 되며, 이 과정이 반복되면 영어책 읽기의 즐거움을 깨달게 된다.
영어책 읽기의 즐거움을 알게 되면, 또 다른 책을 읽고자 하는 욕구를 계속 불러일으키므로 이는 선순환을 이루어 영어책을 많이 읽게 되고, 그런 과정 속에서 영어 속독능력도 저절로 길러진다.
셋째, 먼저 교사가 수업시간을 활용해서 영어책 읽기(다독) 지도를 해야, 혼자서도 다독을 할 수 있게 된다. 진도 나가기 바쁜 영어 수업시간이긴 하지만, 궁극적인 영어실력 향상을 위해 아낌없이 수업시간의 일부를 할애하여 영어책 읽기를 적극적으로 훈련시켜야 한다. 그 방법으로는 DEAR(Drop Everything And Read) 시간을 수업 시작 즈음에 10분 정도 가질 수 있다. 교사의 안내를 받은 혹은 스스로 고른 영어책을 가지고 다니면서 수업시간 시작 후 10분 동안 각자 묵독하는 방법인데, 이때 교사는 개별적으로 학생들에게 다가가서 “이 책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등의 가벼운 질문을 살짝 물어봄으로써, 내용이해에 초점을 맞춘 영어 독서를 하도록 이끌 수 있다.
넷째, 책 선정을 위해서는 원어민 어린이들을 위한 수준별 독서 단계인 leveled readers' series가 아닌, 외국어로 영어로 배우는 학습자를 위해 고안된 graded readers' series를 활용해야 한다. 각 출판사별로 안내된 책 선정 단계를 고려하고, 혹 이것이 복잡할 때는 다섯 손가락 규칙을 활용할 수 있다. five fingers' rule로 알려진 이것은 한 페이지에 모르는 단어가 5개 이하인 책이 그 책을 읽을 학생의 수준에 맞다는 규칙이다. 이는 한 면에 200단어가 있을 때를 기준으로 해서 모르는 단어를 손가락으로 꼽아서 5개 이하인 책이라면 적당한 수준의 책이라고 볼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이렇듯 영어 책 읽기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 그리고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노력, 그리고 노하우가 없으면 목표를 이루기 어렵다. 이에 대한 안내와 계몽을 위해 한국영어다독학회(keera.kr)가 설립되었고, 오는 12월 10일 서울 COEX에서 '다독에 대한 새로운 접근법'을 주제로 국제 컨퍼런스를 주관한다.
부디 많은 교사와 학생, 그리고 학부모가 영어 책읽기에 대해 의지를 갖고 즐거운 영어책 읽기 운동을 실천하여, 영어 입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할 수 있는 농산어촌과 어려운 가정의 어린이들도 영어로 된 책을 읽으며 독서의 기쁨을 맞보며, 영어책 읽기로 자신의 꿈을 키워나가는 경쟁력 있는 인재들이 되기를 희망한다.
- 전영주(목원대 영어교육과 교수. EBS 자문위원, 한국영어다독학회 KEERA 부회장), 대전일보 기고글
